이케다 미노루 지음, 두번째테제 펴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8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복구, 제염 작업을 담당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립되어 모순투성이 작업 환경 속에서 하청으로 일한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는 도쿄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30년간 일한 후 정년퇴직한 저자가 하청 노동자가 되어 후쿠시마 사고 제염 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적은 노동 일지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그 여파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했던 후쿠시마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된, 누구도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고 복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후쿠시마로 향한 저자는 원전 복구 현장의 가장 밑바닥 제염 하청 노동자가 됐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 착취, 주먹구구식 운영, 하청 노동자를 부속으로 취급하는 일 등 저자는 후쿠시마에서 환경 문제와 노동, 인권 문제가 뒤섞인 하청노동의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오염된 흙, 풀, 돌 등을 제거하고, 내려앉은 방사능 물질을 닦아 내는 작업에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투입됐다.

하청 노동자로 일하면서 점차 현장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된 저자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서 텃세가 횡행하고,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방호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는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비용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의 처지 때문이었다.

방사능은 냄새도 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계측기로만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입은 주변 마을을 제염하는 데 투입된 노동자들은 이렇게 이중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단순히 환경오염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노동과 인권 문제가 후쿠시마 원전 복구 현장에 얽혀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후쿠시마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제염, 폐로 작업을 하면서 후쿠시마를 고향으로 여기게 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현실을 은폐하고 얼버무리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그 아래 무수한 원·하청 회사들이 저지르는 행태들과 이들의 노동자 착취, 기본권 침해, 무책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이해만을 추구하는 이러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 인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데 이러한 현장 보고가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다.

도쿄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후쿠시마의 열악한 현장을 비교하며 저자는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인간의 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인간 일반의 죄로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복구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제대로 된 복구가 이루어지기 위해 노동자들의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최종 책임을 일본 정부가 확실하게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를 통해 독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순히 환경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음을, 이 모든 문제들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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