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화천 산천어축제가 16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8회째를 맞았던 산천어축제는 올해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일단 날씨가 안 도와줘 화천천의 결빙을 방해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 사태도 축제 흥행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이 '동물 학대' 어쩌고 하며 훼방을 놓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 향연"이라 비판하며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화천군에 따르면 이번 산천어축제에는 21일 동안 42만8,000명이 다녀갔습니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방문객 184만명보다 무려 142만명이나 빠진 것입니다. 2003년 1회 축제 때의 22만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이러다 보니 산천어축제에 의존하다시피 하던 화천군의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산천어축제는 2015년 150만명을 돌파한 이후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2,686억원의 직·간접효과를 가져다줬는데, 올해는 1/10도 안 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화천산천어축제는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된,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하는 대표적 축제입니다. 2011년 미국 CNN이 '세계 겨울 7대 불가사의'로 보도하기도 했고, 우리 지자체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 도시들도 산천어축제를 배우겠다며 사절단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올해의 축제 흥행 부진이 내년에도 똑 같이 반복될 리 없겠지만, 차제에 꼭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올해 축제 기간 중 산천어축제를 두고 '동물학대', '생명경시' 운운하며 헛웃음 나오게 한 사람들 얘깁니다. 산천어는 송어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강과 바다를 회유하는 연어과 어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바다로 회유하지 않고 담수에 남아 있으면 '산천어'라 하고, 사는 곳을 바다로 옮기면 '송어'라고 합니다. 해가 갈수록 축제 참여 관광객이 많아져 양식을 하는 상황이 되긴 했지만, 애초 산천어의 이 독특한 생활상과 회유성을 알리고 또 맛이며 낚시를 즐기기 위해 기획된 축제였습니다. 물론 썰매타기 등 다른 볼거리·즐길거리도 많습니다.전체인구가 2만5,000여 명에 불과하고, 총면적 가운데 산이 86%, 호수 5%, 농지 6%로 이루어진 화천군으로선 정말 '혁신적 아이디어'였던 셈이지요. 사람이 거주하는 면적이 전체의 3% 밖에 안되는 화천군은 사실 산천어축제 아니었으면 지금 '소멸'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자연의 섭리라면 어쩔 수 없다구요? 그저 오래보고 싶을 뿐입니다. 고향산천에서 나고, 자라고, 웃고, 행복해 하고, 내 고장 산하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기는 순박한 내 이웃들을 계속 오래도록 보고 싶을 뿐입니다. 굳이 '지속가능'이란 말로 포장까지 하지 않겠습니다. 인간도 자연입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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