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돗물 유충’ 문제가 잠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지난 29일 환경부가 전국 일반정수장 43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배수지와 수용가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30일에는 인천시가 수돗물에서 유충이 처음 발견된 후 21일 만에 유충 발견 건수 '0'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시는 "아직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유충 발견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지요. 다행입니다. 사실 처음 인천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하수구나 배수구라면 모를까 수용가 수도꼭지에서 유충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는 하지만 수돗물로 밥 짓고 음식 만들고, 목욕하는 과정에서 몸안으로 들어갔을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돗물 직음용률이 5%도 채 안된다는 웃픈 현실은 '천우신조'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아직도 충격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인천시민들에게 매우 깊고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수돗물 유충은 조금 더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 여과지'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활성탄 여과지는 탄소 입자들이 유기물을 흡착해 냄새 물질이나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난해 '적수 사태'가 터지고 인천시가 공촌정수장 고도처리시설을 계획보다 서둘러 가동하면서 이 시설을 완전히 밀폐하지 않아 벌레가 유입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수돗물 유충' 문제는 지난해 '적수 사태'의 연장선이라는 말이 됩니다. 정상화되기까지 무려 67일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26만1천가구(63만5천명)가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대형사고를 겪었지만 달라진게 없는 현실. 수돗물 유충 검출 사태 초기 대응은 여전히 안일했고, 상수도 시설이 현대화됐지만 행정은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추후 다른 문제가 터지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인력 전문화 등 본질적인 쇄신을 비롯한 상수도 관리 행정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전문가들의 말대로 상수도 관리행정 문제만 개선되면 수돗물 문제가 해결될까요? 지난해 적수 사태 이후 뼈저린 반성을 한 건 인천시 공무원들 뿐이 아니었습니다. 세칭 전문가들도 통절한 반성을 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명색이 자문가 집단이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참에 지자체 상수도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며 실(實) 없는 말이나 하고 '꼰대질' 해오던 무능력한 전문가 또는 관련 집단들도 싹 갈아 엎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지자체에 맡겨온 수도사업을 중앙정부가 인수해 국가가 책임지고 정비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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