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맥도널드 지음, 판미동 펴냄

『메이블 이야기』로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과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을 석권하고, 《가디언》《이코노미스트》《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 유력 언론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헬렌 맥도널드의 신작 에세이집 『저녁의 비행』이 판미동에서 출간됐다.

『저녁의 비행』은 새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41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인간과 자연의 경이롭고 우연적인 만남을 다룬 『저녁의 비행』은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향수부터 숲에서 야생동물을 지켜보는 기쁨, 어느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감성의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상자 안에 산호, 화석, 바위, 깃털 등을 수집하는 16세기 수집 열풍 ‘분더카머(Wunderkammer)’처럼 이 책이 문학판 호기심 상자라고 말한다.

책에는 송골매, 칼새, 찌르레기, 토끼, 소, 돼지, 백조, 편두통, 브렉시트, 발전소 굴뚝 등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주제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찰과 매혹, 시간과 기억, 사랑과 상실에 대한 41편의 에세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는 새롭고 다채로운 시각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자연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을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한다. 새들의 둥지와 알을 관찰하며 집이라는 개념을 반추해 보고, 개발업자들에게 팔려 버린 초원을 찾아가 그럼에도 땅속 층층이 훗날을 기다리는 씨앗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떠올리는 등 자연과의 만남에서 뜻밖의 위안과 감동을 찾아낸다.

자연뿐만 아니라 도시의 일상에서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와 그 역사를 돌아본다.

문명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철새 이동을 관찰하며 650피트 높이의 하늘에서는 도시와 시골 사이의 구분이 없어진다거나 템스강 백조를 조사하는 연례 행사에 참여해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헝가리에서 자유롭게 날아가는 수만 마리의 두루미를 지켜보며 국경이라는 경계에 좌절하는 난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저자는 그것이 자신의 글에 흐르는 주제인 사랑이라며, 특히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빛나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지금이 지구상 여섯 번째 거대한 멸종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할지 공들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과학역사가였던 저자는 과학자의 시선과 문학가의 열정을 공유하는 폭넓은 시각을 보여 준다.

인간이 초래한 환경과 서식지 파괴의 규모를 확인하여 통계를 내고 그 원인과 적절한 대책을 알아내는 것은 과학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해마다 빈 곳이 늘어나고 고요함이 자리를 잡아 갈 때 그 상실과 사멸이 무엇을 뜻하는지, 가령 영국의 숲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숲솔새가 어떤 새이고 그 새를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전해 주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껏 문학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문학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치를 알리고 이야기해 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구하기 위한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발전소 굴뚝과 송골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체뿐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사물까지 사색의 영역을 넓혀 간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준다.

한편 저자 헬렌 맥도널드(HELEN MACDONALD)는 작가이자 시인, 일러스트레이터, 역사학자, 동물학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지저스 칼리지 연구교수를 거쳐, 동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소속 연구학자를 지냈다.

전문적인 매 조련사로 유라시아 전역에서 펼쳐진 맹금류 연구와 보존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 헬렌 맥도널드는 문학, 역사, 철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자연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내는 최고의 저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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